생활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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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이태원 유가족, 참사 이후 삶을 무대에 올리다

 세월호 참사와 이태원 참사를 겪은 두 유가족이 직접 무대에 선다. 이들이 전하려는 이야기는 참사의 순간에만 머물지 않는다. 참사 이전의 삶, 이후에도 계속되는 일상, 그리고 사회와 맺어온 관계까지 함께 무대 위에 펼쳐진다.

 

제로셋프로젝트는 다큐멘터리 연극 ‘어서 오세요_2026’을 오는 20일부터 21일까지 서울 아르코예술극장 소극장에서 공연한다. 이번 작품에는 세월호 참사 유가족 문연옥과 이태원 참사 유가족 송해진이 직접 출연한다.

 

문연옥은 세월호 참사로 희생된 이태민의 어머니다. 참사 전에는 오랫동안 미용실을 운영하며 손님을 맞아온 미용실 원장이었다. 송해진은 이태원 참사 이후 2차 가해로 세상을 떠난 이재현의 어머니로, 20년 넘게 약사로 일해왔다.

작품은 두 사람을 단지 ‘유가족’이라는 이름으로만 호명하지 않는다. 미용실에서 손님을 맞던 시간, 약국에서 사람들의 건강을 돌보던 일상, 그리고 참사 이후 달라진 삶의 결을 함께 들여다본다. 무대는 한 개인이 품어온 직업적 경험과 생활의 언어를 통해 참사 이후의 시간을 다시 바라보게 한다.

 

공연은 당사자 인터뷰를 바탕으로 구성됐다. 두 출연자의 이야기뿐 아니라 다른 세월호·이태원 참사 유가족들의 증언도 영상과 음성, 전시 형식으로 함께 소개된다. 관객은 무대 위 말과 기록을 따라가며 참사가 남긴 기억이 지금의 삶 속에서 어떻게 이어지고 있는지 마주하게 된다.

 

구성과 연출은 신재가 맡았다. 제로셋프로젝트는 그동안 ‘거리두기’, ‘저 너머로의 발걸음’ 등을 통해 사회적 재난 이후 개인과 공동체가 어떤 관계를 맺고 살아가는지를 탐구해왔다. 이번 작품 역시 재난 이후 남겨진 사람들의 삶과 사회적 연결을 중심에 둔다.

 


‘어서 오세요_2026’은 2026 서울국제공연예술제, SPAF와 서울아트마켓, PAMS의 초이스 선정작이다. 작품은 참사를 기억하는 방식을 묻는다. 사건의 비극을 반복해 보여주는 대신, 그 사건 이후에도 살아가는 사람들의 현재와 목소리에 집중한다.

 

신재 연출은 참사를 기억한다는 것은 과거의 한 장면을 떠올리는 일에 그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당사자들이 지금 어떤 삶을 살아가고 있는지, 어떤 관계 속에서 버티고 말하고 있는지를 함께 바라보는 일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공연은 20일과 21일 모두 오후 7시 30분에 시작한다. 관람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전 회차에 수어통역, 한글자막, 문자통역, 위스퍼링 안내가 제공된다.

 

판소리와 포크의 만남…구례 가을밤 울린 ‘시인의 마을’

추임새와 박수가 이어졌다. 전통 판소리의 깊은 울림에 이어 익숙한 포크음악이 흐르자 관객들은 노래와 함께 호흡하며 구례의 가을밤을 즐겼다.지난 17일 밤 열린 구례 동편제소리축제에서는 지역 명창들의 판소리와 가수 정태춘·박은옥 부부의 공연이 한자리에서 펼쳐졌다. 오랜 세월 이어져 온 전통 소리와 한국 대중음악의 한 시대를 대표하는 노래가 어우러지며 관객들에게 특별한 무대를 선사했다.이날 구례 명창들의 공연 가운데 특히 눈길을 끈 무대는 박정선 명창의 ‘적벽가’였다. 박 명창은 적벽대전에서 패한 조조가 다급하게 달아나는 장면을 익살스러운 표정과 몸짓, 힘 있는 소리로 풀어냈다. 긴박한 상황을 생생하게 표현하는 대목에서는 객석 곳곳에서 웃음이 터졌고, 관객들은 추임새와 박수로 소리꾼의 무대에 호응했다. 판소리 특유의 해학과 긴장감이 무대를 채우면서 관객들은 이야기 속 장면을 눈앞에서 보는 듯한 몰입감을 느꼈다. 소리꾼의 목소리와 몸짓에 관객의 반응이 더해지며 공연은 무대 위에서만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 객석과 함께 만들어지는 경험으로 이어졌다.공연의 분위기는 정태춘·박은옥 부부가 무대에 오르면서 또 한 번 달라졌다. 오랜 시간 삶과 시대의 이야기를 노래해 온 두 사람이 모습을 드러내자 객석의 시선이 집중됐다. 대표곡 가운데 하나인 ‘시인의 마을’의 연주가 시작되자 관객석에서는 기다렸다는 듯 큰 박수가 터져 나왔다.노래의 첫 소절을 기다리는 관객들의 반응에는 오랫동안 사랑받아 온 노래에 대한 반가움이 담겼다. 앞선 판소리 무대에서 추임새로 공연에 참여했던 관객들은 이번에는 익숙한 선율을 따라가며 노래가 전하는 감정에 집중했다. 한 곡의 노래가 오랜 세월 쌓인 기억을 불러내고, 무대와 객석 사이에 공감대를 만들어내는 순간이었다.정태춘·박은옥은 ‘북한강에서’ 등 자신들의 노래를 들려주며 공연의 여운을 이어갔다. 화려한 무대 연출 속에서도 관객의 마음을 움직인 것은 결국 노래에 담긴 이야기와 이를 전하는 목소리였다. 세월이 흐른 뒤에도 다시 듣고 싶은 노래가 무대 위에서 울려 퍼지자 객석은 박수로 화답했다.판소리와 포크음악은 표현 방식과 음악적 형식에서 차이가 있지만, 사람들의 삶과 시대를 이야기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판소리는 오랜 세월 우리 민족의 희로애락을 소리와 이야기로 전해왔다. 정태춘·박은옥의 노래 역시 평범한 사람들의 삶과 사회의 모습을 담아내며 청중과 소통해 왔다. 서로 다른 장르의 음악이 한 무대에서 자연스럽게 어우러질 수 있었던 이유다.구례는 지리산과 섬진강을 품은 지역으로, 동편제 판소리 문화가 이어져 온 곳이기도 하다. 이곳에서 지역 명창들의 전통 소리를 감상한 뒤 정태춘·박은옥의 노래를 만나는 구성은 이번 축제의 특별한 장면으로 남았다. 지역의 전통문화와 한국 대중음악의 역사가 한자리에서 만났다는 점에서 의미를 더했다.첨단 조명과 대형 LED 화면이 설치된 무대 위에서는 오래된 판소리가 울려 퍼졌고, 이어 한 시대를 살아온 사람들의 기억을 담은 노래가 흘러나왔다. 전통과 현대를 구분하는 경계보다 서로 다른 음악이 관객에게 어떤 감동을 전하는지가 더욱 중요하게 다가온 무대였다.전통문화는 과거의 모습을 그대로 보존하는 데서만 의미를 찾는 것은 아니다. 오늘을 살아가는 사람들과 만나고 새로운 장르와 어우러질 때, 전통은 또 다른 방식으로 생명력을 얻는다. 판소리의 추임새와 대중가요를 향한 박수가 같은 밤에 이어진 것은 이러한 가능성을 보여주는 장면이었다.구례 동편제소리축제의 가을밤은 그렇게 전통과 현대의 음악이 함께 만드는 공연장으로 변했다. 명창의 소리에 관객들은 “얼씨구”와 “좋다”를 외쳤고, ‘시인의 마을’이 시작되자 큰 박수로 화답했다. 서로 다른 시대와 장르에서 출발한 음악은 사람의 목소리와 이야기를 통해 하나로 이어졌고, 관객들은 그 울림을 함께 나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