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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스크 한마디에 우크라이나 전선이 느려졌다?

 일론 머스크가 이끄는 우주기업 스페이스X가 우크라이나군이 사용해 온 스타링크 위성 인터넷 서비스의 속도를 제한했다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논란이 확산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측은 이번 조치로 전투 드론 운용과 방공 작전에 차질이 발생했다고 주장했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갈등이 심화하는 상황에서 조치가 이뤄졌다는 점에서 정치적 의도가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14일(현지시간) 가디언 등 외신에 따르면 세르히 베스크레스트노우 우크라이나 대통령실 기술고문은 텔레그램을 통해 스페이스X가 전날 밤 이동 중인 군용 스타링크 단말기의 작동 속도를 제한한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그가 공개한 내용에 따르면 해당 단말기는 군사 목적으로 사용되는 스타실드 관련 장비로, 이동 속도가 시속 100마일, 약 160㎞를 넘지 못하도록 제한된 것으로 전해졌다.

 


우크라이나군은 전장에서 스타링크를 활용해 드론을 원격으로 조종하고 영상과 각종 정보를 주고받아 왔다. 위성 인터넷을 통해 전선과 후방 사이의 통신을 유지하고, 러시아군의 진지나 병참 시설 등을 겨냥한 장거리 공격 작전을 수행하는 데 활용해 온 것이다. 그러나 단말기의 속도 제한으로 통신이 불안정해지면 드론의 운용 범위와 작전 효율이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베스크레스트노우 고문은 이번 조치로 우크라이나군의 전투 드론 작전이 직접적인 영향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일정 속도 이상으로 이동할 경우 통신이 끊기거나 연결 속도가 급격히 저하되면서 조종사가 실시간 영상을 확보하기 어려워졌고, 그 결과 일부 작전을 중단해야 했다는 설명이다. 그는 스페이스X가 사전에 조치 내용을 통보하지 않았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했다.

 

 

우크라이나 측은 공격용 드론뿐 아니라 러시아의 공중 공격을 막기 위한 요격 드론 운용에도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베스크레스트노우 고문은 제트엔진을 장착한 러시아의 샤헤드 계열 드론을 요격하는 과정에서도 스타링크 통신이 활용되고 있다며, 관련 기능이 제한될 경우 방공망 운영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밝혔다. 다만 실제 작전 피해의 규모와 통신 제한의 구체적인 적용 범위는 추가적인 확인이 필요한 상황이다. 

 

우크라이나 측에서는 이번 조치가 최근 미국 정치권의 움직임과 무관하지 않을 수 있다는 의심도 제기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국제 유가 안정을 이유로 우크라이나에 러시아 정유시설에 대한 공격을 중단하도록 압박해 온 것으로 전해졌다. 젤렌스키 대통령이 이에 반발하면서 양국 지도자 사이의 갈등도 깊어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0일 우크라이나에 새로운 지도자가 필요하다는 취지의 발언을 내놓았다. 이어 머스크 최고경영자(CEO)도 11일 젤렌스키 대통령을 겨냥해 우크라이나가 새로운 지도자를 찾아야 할 때라는 내용의 글을 올리며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에 동조했다. 이처럼 미국 행정부와 머스크가 젤렌스키 대통령에 대한 비판적 입장을 드러낸 직후 스타링크 속도 제한 논란이 불거지면서, 우크라이나 안팎에서는 해당 조치가 정치적 압박 수단으로 활용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여기에 미국이 우크라이나와의 군사정보 공유를 중단한 정황까지 겹치면서 우크라이나의 안보 불안은 더욱 커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보도에 따르면 키이우와 하르키우 등 일부 지역은 우방국의 사전 경고 없이 러시아의 공습에 노출되기도 했다. 우크라이나로서는 전장에서 통신과 정보 공유를 유지하는 일이 군사 작전뿐 아니라 자국의 방어 능력과도 직결되는 만큼, 미국과 민간 기술기업의 결정에 촉각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유럽의 우크라이나 지원국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다. 라도스와프 시코르스키 폴란드 외무장관은 엑스(X)를 통해 머스크를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그는 스타링크 서비스를 정치적 목적으로 활용하는 것이 아니냐는 취지로 문제를 제기하며 유럽 고객들이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고 밝혔다. 시코르스키 장관은 과거에도 머스크와 공개적으로 설전을 벌인 바 있다.

 

폴란드는 우크라이나에서 사용되는 스타링크 서비스의 구독료와 운영 비용을 직접 부담해 온 주요 지원국이다. 이 때문에 서비스 제한 논란은 우크라이나군의 작전 문제를 넘어, 유럽 국가들이 지원하는 통신 인프라의 운영과 통제 권한에 관한 문제로도 이어질 수 있다. 전쟁 상황에서 민간 기업이 제공하는 기술 서비스가 군사 작전에 중요한 역할을 맡게 되면서, 서비스 제공자의 정책 변화가 전장에 미치는 영향도 다시 주목받고 있다.

 

현재 우크라이나 국방부는 이번 사태의 정확한 경위를 파악하고 대응책을 마련하기 위해 미국 정부와 스페이스X,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등과 긴급 접촉을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우크라이나 측은 통신 제한이 실제 군사 작전에 미친 영향을 확인하고 대안을 모색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번 논란은 스타링크가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단순한 인터넷 서비스를 넘어 군사 통신의 핵심 기반으로 활용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동시에 민간 기업이 제공하는 위성 통신 서비스에 대한 의존도가 높을 경우, 기업의 기술적·정책적 결정이 전쟁 수행 능력과 동맹국 간 관계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을 드러낸다. 향후 스페이스X가 속도 제한 조치의 배경과 적용 범위를 어떻게 설명할지, 미국 정부와 우크라이나가 어떤 협의 결과를 내놓을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사진 찍다 걷다 쉬다, 문경새재 하루는 너무 짧다

나란히 남아 있다. 붉고 노랗게 물든 숲을 따라 걷다 보면 풍경 너머에 가려졌던 길의 역할이 하나씩 드러난다.문경새재는 조선 시대 영남과 한양을 연결하던 주요 통로였다. 과거를 보러 가는 선비와 물건을 나르는 상인, 임지로 향하는 관리들이 이곳을 넘었다. 여행객에게는 여유로운 산책길이지만, 당시 사람들에게는 생계와 출세, 공무가 걸린 이동로였다. 같은 흙길 위에 서로 다른 사연이 포개진 셈이다.이 길의 성격을 가장 뚜렷하게 보여주는 시설은 세 관문이다. 아래쪽부터 주흘관, 조곡관, 조령관이 자리하며 산세를 이용한 방어선을 형성한다. 지금은 숲과 어우러진 사진 촬영 명소로 눈길을 끌지만, 처음부터 경관을 위해 세운 건축물은 아니다. 관문과 성벽의 배치에는 외적의 이동을 막으려 했던 군사적 판단이 담겨 있다.방어시설 정비의 중요한 계기는 임진왜란이었다. 전쟁을 겪으며 문경새재의 전략적 가치가 부각됐고, 1594년 제2관문 일대에 방어시설이 들어섰다. 이후 숙종 대에 제1·제3관문과 성벽이 더해지며 방어체계가 갖춰졌다. 세 관문을 차례로 살펴보는 일은 전란 이후 국가가 어떤 대비책을 마련했는지 돌아보는 과정이기도 하다.관문 사이에서는 전쟁과는 다른 역사를 만난다. 제1관문과 제2관문 사이의 교귀정은 신임 경상도 관찰사와 이임 관찰사가 업무를 인계하던 장소다. 조령원 터는 공무로 길을 나선 이들의 숙박을 지원했던 시설의 흔적을 보여준다. 오늘날의 교통·숙박 기반처럼, 옛길에도 사람들의 이동을 뒷받침하는 공간이 필요했다.문학과 생활문화 역시 새재를 이해하는 열쇠다. 길을 지나간 문인들의 시에는 산세를 바라보는 감흥과 시대를 살아가는 고민이 담겼다. 지역에 전해지는 문경새재아리랑은 평범한 사람들의 삶과 정서를 들려준다. 성문과 정자가 국가의 역사를 보여준다면, 시와 노래는 그 사이를 걸었던 개인들의 목소리를 전한다.여행객이 이러한 흔적을 가까이에서 만날 수 있는 데는 흙길의 역할도 크다. 약 6.5㎞ 구간을 따라 이어지는 길은 서둘러 목적지에 도착하기보다 주변을 살피며 걷게 한다. 관문 앞에서는 성벽을 올려다보고, 유적 주변에서는 안내문을 읽으며 걸음을 늦출 만하다. 전 구간을 완주하기보다는 체력과 일정에 맞춰 돌아올 지점을 정하는 편이 좋다.가을의 문경새재를 즐기는 방법은 단풍 명소를 찾아 사진을 남기는 데 그치지 않는다. 숲 사이에 왜 관문이 들어섰는지, 관리와 상인들은 어디에서 쉬었는지 생각하며 걸으면 익숙한 풍경이 달라진다. 문경새재의 매력은 아름다운 자연과 구체적인 삶의 기록을 한 길에서 만날 수 있다는 데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