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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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자경·전도연 총출동…BIFF 화려한 개막


부산국제영화제(BIFF)가 국제영화제작자연맹(FIAPF)의 최고 등급인 ‘A-리스트 영화제’로 공식 선정된 뒤 첫 영화제를 열고 열흘간의 여정을 시작했다. 

 

제31회 부산국제영화제는 6일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전당 일대에서 개막식을 열었다. 행사장에는 국내외 영화 팬들이 일찍부터 모여 영화제 개막을 기다렸다. 관객들은 영화제 포스터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거나 기념 굿즈를 구매하며 축제 분위기를 즐겼다.

 

특히 올해는 부산국제영화제가 세계 주요 영화제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A-리스트 영화제로 승격된 만큼 상영작과 경쟁 부문에 대한 관심도 높았다. 서울에서 영화제를 찾은 한 관객은 개·폐막작과 경쟁 부문 수상작은 물론 영화제 프로그램이 어떻게 달라졌을지 기대된다고 말했다.

 

오후 6시부터 시작된 레드카펫에는 국내외 유명 영화인들이 잇따라 등장했다. 전도연, 조인성, 황정민, 정우성, 현빈, 김혜자 등 국내 배우들과 함께 아시아를 대표하는 배우 양자경, 배우 겸 감독 매기 질렌할 등 세계적인 영화인들이 부산을 찾았다. 배우들은 관객들의 환호에 손을 흔들거나 손 하트를 보내며 화답했다.

 

레드카펫에 이어 배우 김민하의 사회로 개막식이 진행됐다. 김민하는 지난해 30회를 맞으며 한층 성장한 부산국제영화제가 세계를 향해 새로운 발걸음을 내딛는다며 제31회 영화제의 시작을 알렸다.

 


개막식에서는 여성 영화인의 문화·예술적 기여를 기리는 ‘까멜리아상’ 시상식도 열렸다. 수상자는 홍콩 영화 뉴웨이브를 이끈 허안화 감독이었다. 허 감독은 ‘여인사십’, ‘심플 라이프’ 등을 통해 홍콩 영화 발전에 기여했으며 2020년 베니스국제영화제 평생공로상을 받은 세계적인 영화감독이다.

 

한국영화 발전에 기여한 영화인에게 수여하는 ‘한국영화공로상’은 김동호 전 부산국제영화제 이사장이 받았다. 김 전 이사장은 1996년 BIFF 초대 집행위원장을 맡아 영화제의 기반을 다졌고 이후 이사장으로도 활동하며 부산국제영화제가 세계적인 영화제로 성장하는 데 역할을 했다.

 

‘올해의 아시아영화인상’은 양자경에게 돌아갔다. 양자경은 아시아계 배우 최초로 미국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받은 배우로,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로 오스카와 미국배우조합상, 골든글로브 등 주요 시상식에서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다. 올해 베를린국제영화제에서는 아시아 여성 최초로 명예 황금곰상을 받았다.

 

개막식 이후에는 김종관 감독의 영화 ‘낮과 밤은 서로에게’가 세계 최초로 공개됐다. 영화는 여름에서 가을로 계절이 바뀌는 동안 한 카페를 스쳐 가는 네 쌍의 남녀가 나누는 대화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낸 작품이다. 김민하, 주종혁, 한선화, 장률, 심은경, 이희준, 전소영, 김동휘 등이 출연했다.

 

올해 영화제는 A-리스트 승격에 맞춰 운영 방식에도 변화를 줬다. 개막식은 기존 수요일에서 화요일로 하루 앞당겼으며, 관객이 몰리는 개막 첫 주 목요일부터 일요일까지 하루 상영 회차를 4회에서 5회로 늘렸다.

 

경쟁 부문에는 아시아 영화 13편이 출품됐다. 경쟁작을 대상으로 5개 부문의 ‘부산 어워드’를 시상하며, 이 가운데 대상 수상작에는 미국 아카데미 국제장편영화상 출품 자격이 주어진다.

 


해외 영화인들의 부산 방문도 이어진다. 베니스국제영화제 경쟁 부문 심사위원장을 맡았던 매기 질렌할이 처음 한국을 찾으며, 아카데미 감독상 수상자인 알폰소 쿠아론 감독과 프랑스 배우 이자벨 위페르도 영화제에 참석한다.

 

고 안성기 배우의 영화 인생을 돌아보는 특별기획 프로그램 ‘아름다운 시절, 안성기’도 마련됐다. 이와 함께 영화인과 관객이 직접 만나 이야기를 나누는 ‘오픈토크’와 ‘액터스 하우스’, 지역 주민들이 참여하는 ‘커뮤니티 비프’와 ‘동네방네 비프’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부산 곳곳에서 진행된다.

 

올해 부산국제영화제는 15일까지 10일간 열린다. 59개국에서 출품된 316편의 영화가 관객을 만나며, 폐막식에서는 경쟁 부문 시상식이 진행된다. 영화제 대상 수상작은 폐막작으로 상영되며 열흘간 이어진 영화 축제의 마지막을 장식한다.

 

사진 찍다 걷다 쉬다, 문경새재 하루는 너무 짧다

나란히 남아 있다. 붉고 노랗게 물든 숲을 따라 걷다 보면 풍경 너머에 가려졌던 길의 역할이 하나씩 드러난다.문경새재는 조선 시대 영남과 한양을 연결하던 주요 통로였다. 과거를 보러 가는 선비와 물건을 나르는 상인, 임지로 향하는 관리들이 이곳을 넘었다. 여행객에게는 여유로운 산책길이지만, 당시 사람들에게는 생계와 출세, 공무가 걸린 이동로였다. 같은 흙길 위에 서로 다른 사연이 포개진 셈이다.이 길의 성격을 가장 뚜렷하게 보여주는 시설은 세 관문이다. 아래쪽부터 주흘관, 조곡관, 조령관이 자리하며 산세를 이용한 방어선을 형성한다. 지금은 숲과 어우러진 사진 촬영 명소로 눈길을 끌지만, 처음부터 경관을 위해 세운 건축물은 아니다. 관문과 성벽의 배치에는 외적의 이동을 막으려 했던 군사적 판단이 담겨 있다.방어시설 정비의 중요한 계기는 임진왜란이었다. 전쟁을 겪으며 문경새재의 전략적 가치가 부각됐고, 1594년 제2관문 일대에 방어시설이 들어섰다. 이후 숙종 대에 제1·제3관문과 성벽이 더해지며 방어체계가 갖춰졌다. 세 관문을 차례로 살펴보는 일은 전란 이후 국가가 어떤 대비책을 마련했는지 돌아보는 과정이기도 하다.관문 사이에서는 전쟁과는 다른 역사를 만난다. 제1관문과 제2관문 사이의 교귀정은 신임 경상도 관찰사와 이임 관찰사가 업무를 인계하던 장소다. 조령원 터는 공무로 길을 나선 이들의 숙박을 지원했던 시설의 흔적을 보여준다. 오늘날의 교통·숙박 기반처럼, 옛길에도 사람들의 이동을 뒷받침하는 공간이 필요했다.문학과 생활문화 역시 새재를 이해하는 열쇠다. 길을 지나간 문인들의 시에는 산세를 바라보는 감흥과 시대를 살아가는 고민이 담겼다. 지역에 전해지는 문경새재아리랑은 평범한 사람들의 삶과 정서를 들려준다. 성문과 정자가 국가의 역사를 보여준다면, 시와 노래는 그 사이를 걸었던 개인들의 목소리를 전한다.여행객이 이러한 흔적을 가까이에서 만날 수 있는 데는 흙길의 역할도 크다. 약 6.5㎞ 구간을 따라 이어지는 길은 서둘러 목적지에 도착하기보다 주변을 살피며 걷게 한다. 관문 앞에서는 성벽을 올려다보고, 유적 주변에서는 안내문을 읽으며 걸음을 늦출 만하다. 전 구간을 완주하기보다는 체력과 일정에 맞춰 돌아올 지점을 정하는 편이 좋다.가을의 문경새재를 즐기는 방법은 단풍 명소를 찾아 사진을 남기는 데 그치지 않는다. 숲 사이에 왜 관문이 들어섰는지, 관리와 상인들은 어디에서 쉬었는지 생각하며 걸으면 익숙한 풍경이 달라진다. 문경새재의 매력은 아름다운 자연과 구체적인 삶의 기록을 한 길에서 만날 수 있다는 데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