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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 한 모금, 커피 한 모금…강릉 가을이 깊어진다

 커피를 따라 걷다 보면 바다에 닿고, 카페를 찾아 나서면 도시 여행이 된다. 오는 21일 개막하는 제18회 강릉커피축제는 한곳에 머무르는 대신 강릉 곳곳으로 발걸음을 이끈다. 안목해변부터 송정 솔밭, 지역 카페까지 커피를 매개로 연결한다.

 

축제는 25일까지 닷새간 강릉커피거리와 송정 솔밭 등 강릉시 일원에서 열린다. 올해 슬로건은 ‘커피풀 강릉(Coffeeful Gangneung)’이다. 바다와 숲을 배경으로 커피를 맛보고, 음악을 듣고, 지역의 이야기를 만나는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주요 무대인 안목해변에서는 시간대에 따라 다른 풍경을 즐길 수 있다. 낮에는 바다를 바라보며 커피를 맛보고, 밤에는 백사장에서 열리는 ‘별이 빛나는 밤에’를 통해 음악과 함께 쉬어간다. ‘안목있는 커피라디오’는 커피와 강릉에 얽힌 이야기를 전한다. 맛과 향에 집중하던 시간을 사람과 도시를 알아가는 경험으로 넓히는 구성이다.

 

커피 자체를 탐색하는 프로그램도 준비했다. ‘100인 100미’, ‘별의별 강릉커피’, ‘바리스타의 테이블’ 등을 통해 다양한 커피 콘텐츠를 선보인다. 행사장에는 커피크닉존과 노천카페를 조성해 바다와 솔밭에서 한 잔의 여유를 누릴 수 있도록 한다.

 

축제장 밖으로 나가면 지역 카페를 연결한 모바일 스탬프랠리가 기다린다. 강릉문화재단은 축제에 앞서 관내 카페를 방문하고 모바일 스탬프를 모으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스탬프 5개를 적립하면 볼펜을, 10개를 모으면 컵을 받을 수 있다.

 

이번 랠리는 운영 기간을 축제 전으로 넓히고 참여 방식도 모바일로 바꿨다. 방문객이 여러 카페를 찾아다니며 주변 관광지와 상권까지 둘러보도록 유도하려는 취지다. 유명 카페 한두 곳에 집중됐던 여행 동선을 지역 전반으로 확장하는 데도 목적이 있다. 참여 현황과 이용 패턴은 향후 축제 기획과 공간 운영, 홍보 전략을 마련하는 자료로 활용할 예정이다.

해외 방문객을 위한 준비도 추진한다. 재단은 2026 강릉 ITS 세계총회와 연계해 다국어 안내체계를 구축하고 해외 홍보를 강화할 계획이다. ‘2026~2027 문화관광축제’와 ‘로컬100’에 선정된 축제의 기반에 국제적인 인지도를 더하겠다는 구상이다.

 

현장에는 종합안내소를 포함해 안내소 3곳을 운영한다. 화장실과 시음장, 포토존, 포토부스 등을 마련하고 안내 방송으로 프로그램 일정과 교통·안전 정보를 전달한다. 저녁 해변 프로그램에 참여한다면 바닷바람에 대비한 겉옷을 챙기는 편이 좋다.

 

개막 준비도 마무리 단계다. 재단은 지난 14∼16일 행사장 주변을 정비했으며, 19∼20일 주요 시설물을 설치한다. 20일에는 최종 안전점검과 참여업체 입점을 진행한다. 축제 기간에는 현장 상황실과 관계 기관의 비상 대응체계를 유지하고, 주요 지점에 안전관리 인력을 배치해 이동 동선과 인파 밀집 상황을 살필 방침이다.

 

사진 찍다 걷다 쉬다, 문경새재 하루는 너무 짧다

나란히 남아 있다. 붉고 노랗게 물든 숲을 따라 걷다 보면 풍경 너머에 가려졌던 길의 역할이 하나씩 드러난다.문경새재는 조선 시대 영남과 한양을 연결하던 주요 통로였다. 과거를 보러 가는 선비와 물건을 나르는 상인, 임지로 향하는 관리들이 이곳을 넘었다. 여행객에게는 여유로운 산책길이지만, 당시 사람들에게는 생계와 출세, 공무가 걸린 이동로였다. 같은 흙길 위에 서로 다른 사연이 포개진 셈이다.이 길의 성격을 가장 뚜렷하게 보여주는 시설은 세 관문이다. 아래쪽부터 주흘관, 조곡관, 조령관이 자리하며 산세를 이용한 방어선을 형성한다. 지금은 숲과 어우러진 사진 촬영 명소로 눈길을 끌지만, 처음부터 경관을 위해 세운 건축물은 아니다. 관문과 성벽의 배치에는 외적의 이동을 막으려 했던 군사적 판단이 담겨 있다.방어시설 정비의 중요한 계기는 임진왜란이었다. 전쟁을 겪으며 문경새재의 전략적 가치가 부각됐고, 1594년 제2관문 일대에 방어시설이 들어섰다. 이후 숙종 대에 제1·제3관문과 성벽이 더해지며 방어체계가 갖춰졌다. 세 관문을 차례로 살펴보는 일은 전란 이후 국가가 어떤 대비책을 마련했는지 돌아보는 과정이기도 하다.관문 사이에서는 전쟁과는 다른 역사를 만난다. 제1관문과 제2관문 사이의 교귀정은 신임 경상도 관찰사와 이임 관찰사가 업무를 인계하던 장소다. 조령원 터는 공무로 길을 나선 이들의 숙박을 지원했던 시설의 흔적을 보여준다. 오늘날의 교통·숙박 기반처럼, 옛길에도 사람들의 이동을 뒷받침하는 공간이 필요했다.문학과 생활문화 역시 새재를 이해하는 열쇠다. 길을 지나간 문인들의 시에는 산세를 바라보는 감흥과 시대를 살아가는 고민이 담겼다. 지역에 전해지는 문경새재아리랑은 평범한 사람들의 삶과 정서를 들려준다. 성문과 정자가 국가의 역사를 보여준다면, 시와 노래는 그 사이를 걸었던 개인들의 목소리를 전한다.여행객이 이러한 흔적을 가까이에서 만날 수 있는 데는 흙길의 역할도 크다. 약 6.5㎞ 구간을 따라 이어지는 길은 서둘러 목적지에 도착하기보다 주변을 살피며 걷게 한다. 관문 앞에서는 성벽을 올려다보고, 유적 주변에서는 안내문을 읽으며 걸음을 늦출 만하다. 전 구간을 완주하기보다는 체력과 일정에 맞춰 돌아올 지점을 정하는 편이 좋다.가을의 문경새재를 즐기는 방법은 단풍 명소를 찾아 사진을 남기는 데 그치지 않는다. 숲 사이에 왜 관문이 들어섰는지, 관리와 상인들은 어디에서 쉬었는지 생각하며 걸으면 익숙한 풍경이 달라진다. 문경새재의 매력은 아름다운 자연과 구체적인 삶의 기록을 한 길에서 만날 수 있다는 데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