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복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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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토남” 인천 흉기범 제압한 쌈밥집 사장의 정체

 인천의 한 대형 상업시설에서 흉기를 든 50대 남성이 시민들을 공격하는 사건이 벌어진 가운데, 현장에 있던 시민들이 의자 등을 들고 맞서 피의자를 제압한 사실이 알려지며 주목받고 있다. 자칫 더 큰 인명피해로 이어질 수 있었던 상황에서 시민들의 신속한 대응이 추가 피해를 막은 것으로 전해졌다.

 

인천경찰청에 따르면 사건은 지난 13일 오후 1시48분쯤 인천 남동구 구월동의 한 대형 상업시설에서 발생했다. 피의자 최모 씨(59)는 양손에 흰색 테이프로 흉기를 묶어 고정한 채 건물 내부를 이동하며 시민들을 위협하고 공격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이 공개한 CCTV 영상에는 최 씨가 식당가 일대를 지나 흉기를 휘두르며 이동하는 모습과, 시민들이 의자 등을 들고 최 씨를 막아서는 장면이 담겼다. 최 씨는 에스컬레이터를 이용해 위층으로 올라가려 했고, 당시 4층에는 영화관과 키즈카페 등이 있어 추가 피해가 우려되는 상황이었다.

 

현장에 있던 시민들은 곧바로 움직였다. 식당을 운영하는 60대 남성 신모 씨는 의자를 들고 최 씨의 이동을 막아섰다. 식사 중 범행 장면을 목격한 30대 남성 나모 씨도 의자를 집어 들고 제지에 나섰다. 4층에 있던 20대 시민 역시 최 씨가 위층으로 올라오지 못하도록 의자를 던진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현장은 순식간에 혼란에 빠졌다. 최 씨가 흉기를 들고 접근하자 시민들은 대피했고, 일부는 주변 집기류를 이용해 거리를 벌리며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한 남성은 최 씨를 피하려다 에스컬레이터에서 넘어지는 위험한 상황을 겪기도 했다.

 

하지만 시민들은 끝까지 물러서지 않았다. 이들이 던진 의자에 맞은 최 씨가 중심을 잃고 쓰러지자 주변 시민들이 달려들어 그를 제압했다. 이후 최 씨의 양손에 묶여 있던 흉기를 풀어낸 뒤 출동한 경찰에게 인계했다.

 

이번 사건으로 다수의 피해자가 발생했다. 흉기에 다친 19세 여성은 심정지 상태로 병원에 이송돼 응급수술을 받았고, 이후 심장박동은 회복됐지만 아직 의식을 찾지 못한 채 중환자실에서 치료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다른 피해자 5명은 입원 치료를 받고 있으며, 2명은 통원 치료를 받고 있다.

 

경찰은 최 씨에 대해 살인미수와 공공장소 흉기 소지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최 씨는 과거 살인미수 전력이 2건 있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지난달에도 공공장소 흉기 소지 혐의로 입건된 바 있다. 또 이달 6일 인천 계양경찰서에서 관련 조사를 받은 것으로 파악됐다.

최 씨는 경찰 조사에서 병원 치료 과정과 경찰 수사에 불만이 있었고, 이를 알리기 위해 관심을 끌 목적으로 범행했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사건 이후 온라인에서는 시민들의 용기 있는 행동을 칭찬하는 반응이 이어지고 있다. 누리꾼들은 “진짜 영웅이다”, “더 큰 피해를 막아줘 감사하다”, “존경스럽다”는 반응을 보였다. 특히 피의자를 막아선 식당 업주에 대해서는 가게를 찾아 응원하겠다는 글도 잇따랐다.

 

이재명 대통령도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피해자들의 빠른 회복을 기원하며, 위험을 무릅쓰고 추가 피해를 막은 시민들에게 감사를 전했다. 박찬대 인천시장 역시 시민들의 대응 덕분에 더 큰 피해를 막았다며 정부 차원의 포상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피의자 제압에 나선 시민들에게 감사장 수여 등 포상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번 사건은 무차별 흉기 범죄의 위험성을 다시 드러낸 동시에, 위기 상황에서 공동체를 지켜낸 시민들의 용기를 보여준 사례로 남게 됐다.

 

사진 찍다 걷다 쉬다, 문경새재 하루는 너무 짧다

나란히 남아 있다. 붉고 노랗게 물든 숲을 따라 걷다 보면 풍경 너머에 가려졌던 길의 역할이 하나씩 드러난다.문경새재는 조선 시대 영남과 한양을 연결하던 주요 통로였다. 과거를 보러 가는 선비와 물건을 나르는 상인, 임지로 향하는 관리들이 이곳을 넘었다. 여행객에게는 여유로운 산책길이지만, 당시 사람들에게는 생계와 출세, 공무가 걸린 이동로였다. 같은 흙길 위에 서로 다른 사연이 포개진 셈이다.이 길의 성격을 가장 뚜렷하게 보여주는 시설은 세 관문이다. 아래쪽부터 주흘관, 조곡관, 조령관이 자리하며 산세를 이용한 방어선을 형성한다. 지금은 숲과 어우러진 사진 촬영 명소로 눈길을 끌지만, 처음부터 경관을 위해 세운 건축물은 아니다. 관문과 성벽의 배치에는 외적의 이동을 막으려 했던 군사적 판단이 담겨 있다.방어시설 정비의 중요한 계기는 임진왜란이었다. 전쟁을 겪으며 문경새재의 전략적 가치가 부각됐고, 1594년 제2관문 일대에 방어시설이 들어섰다. 이후 숙종 대에 제1·제3관문과 성벽이 더해지며 방어체계가 갖춰졌다. 세 관문을 차례로 살펴보는 일은 전란 이후 국가가 어떤 대비책을 마련했는지 돌아보는 과정이기도 하다.관문 사이에서는 전쟁과는 다른 역사를 만난다. 제1관문과 제2관문 사이의 교귀정은 신임 경상도 관찰사와 이임 관찰사가 업무를 인계하던 장소다. 조령원 터는 공무로 길을 나선 이들의 숙박을 지원했던 시설의 흔적을 보여준다. 오늘날의 교통·숙박 기반처럼, 옛길에도 사람들의 이동을 뒷받침하는 공간이 필요했다.문학과 생활문화 역시 새재를 이해하는 열쇠다. 길을 지나간 문인들의 시에는 산세를 바라보는 감흥과 시대를 살아가는 고민이 담겼다. 지역에 전해지는 문경새재아리랑은 평범한 사람들의 삶과 정서를 들려준다. 성문과 정자가 국가의 역사를 보여준다면, 시와 노래는 그 사이를 걸었던 개인들의 목소리를 전한다.여행객이 이러한 흔적을 가까이에서 만날 수 있는 데는 흙길의 역할도 크다. 약 6.5㎞ 구간을 따라 이어지는 길은 서둘러 목적지에 도착하기보다 주변을 살피며 걷게 한다. 관문 앞에서는 성벽을 올려다보고, 유적 주변에서는 안내문을 읽으며 걸음을 늦출 만하다. 전 구간을 완주하기보다는 체력과 일정에 맞춰 돌아올 지점을 정하는 편이 좋다.가을의 문경새재를 즐기는 방법은 단풍 명소를 찾아 사진을 남기는 데 그치지 않는다. 숲 사이에 왜 관문이 들어섰는지, 관리와 상인들은 어디에서 쉬었는지 생각하며 걸으면 익숙한 풍경이 달라진다. 문경새재의 매력은 아름다운 자연과 구체적인 삶의 기록을 한 길에서 만날 수 있다는 데 있다.